어제(3/22)는 채연이 음악 발표회가 있었다.
별로 가고싶은 마음은 없었지만 채연이가 우리가 온 걸 보고 좋아할 걸 생각하니 갈 수밖에 없었다.
3시 조금 전에 출발해서 4시가 거의 다 되서 압구정동의 발표회장에 도착했다.
약 2시간의 발표회가 끝나고 저녁을 먹기로 했다.
발표회장 근처에서 저녁을 먹고 돌아가려고 했는데 처제는 목동에가서 먹자고 한다.
학원에서 제공한 버스를 타고 목동으로 가는 도중에 원영이에게서 연락이 왔다.
영진이와 규범이가 같이 놀다가 넘어져서 원영이가 머리를 다쳤단다.
영진이 부모님이 일산병원 응급실로 데려가고 있단다.
병원에 가서 다시 연락주기로 했고, 우리도 최대한 빨리 병원으로 가기로 했다.
하지만 토요일 오후에 비까지 부슬부슬 내려서 길은 무지 막혔다.
목동으로 가는 도중에 다시 영진이 아버지의 전화를 받았다.
병원에 도착해서 상처 치료는 끝났는데 최근의 일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한단다.
아내에게는 그냥 다쳐서 병원으로 갔다고만 했다.
기억상실에 대해서는 말 할 수가 없었다.
목동 채연이네 집에 도착해서 채연이 아빠가 처가에서 차를 가져 왔다.
부지런히 출발해서 일산병원에 도착했다.
응급실로 갔더니 소수술실에 원영이가 앉아있었다.
손에는 좋아하는 마술용 카드를 들고서.
얘기를 해보니 최근의 일을 기억하지 못한단다.
얼마전에 수영이가 핸드폰을 구입한 사실도, 우리식구가 채연이한테 간 것도, 그 날이 몇일이고 무슨 요일인지도 모른다고 한다.
물어본 거 또 물어보고, 했던말 또하고…
새로운 기억이 형성되지 않는 것 같다.
앞이 캄캄하다.
아내는 줄줄 눈물을 흘린다.
만약 저 상태가 계속 된다면 어떻게 할 것인가?
얼마 후 응급실 담당 의사가 소아과와 신경정신과에 예약하고 퇴원하라고 해서 집으로 돌아왔다.
집에 와서도 계속 같은 행동이 반복된다.
어머니도 걱정이 되셔서 바로 달려오셨다.
우선은 안정을 취하는게 좋을 것 같아서 재우려고 했지만 누웠다가도 다른 행동을 하고, 수영이에게도 물어보고 또 물어본다.
1시간도 넘게 그러다가 겨우 잠이 들었다.
어쨋든 우리도 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