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전화단말기자급제(블랙리스트제도)가 지난 5월부터 시행되고 있다.
사용자가 마음에 드는 단말기를 구입하고, 통신사에서 유심만 구입해서 해당 통신사의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제도이다.
하지만 국내에서는 단말기를 통신사 약정없이 구입할 수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일부 모델이 일반 유통되긴 했었지만, 통신사의 눈치를 봐야하는 제조사로서는 자급제 시장에 고성능 단말기를 풀어서 통신사의 심기를 건드릴 이유가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세계적으로 최고 인기를 누리는 아이폰을 파는 애플로 인해 철옹성처럼 단단했던 벽이 무너지려는 조짐이 보이기 시작하나보다.
아이폰5가 9월에 처음 출시되고 약 3개월이 지나 국내에 출시된 것이며, 12월 7일부터 SKT와 KT에서 정식 판매(11월 30일부터 예약 시작)가 시작되었다.
그런데 국내 판매를 시작한 뒤 딱 1주이 지나서 애플 스토어에서 언락버전(단말기를 구매해서 유심만 꼽으면 어느 통신사에서나 쓸 수 있는 버전)을 판매하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통신사를 통해서 구입하는 것 보다는 지출이 더 늘어날 수 있지만, 통신사 눈치를 보지 않고, 통신사의 약정에 끌려다지니 않고도 아이폰5를 구입해서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통신사에서 구할 수 있는 아이폰5의 출고가는 16GB가 814,000원, 32GB가 946,000원, 64GB가 1,078,000원이었고, 약정을 끼면 약정 보조금을 추가로 받아서 더 싸게 살 수 있다.
애플 스토어의 판매가격은 16GB 890,000원, 32GB 1,030,000, 64GB 1,170,000원으로 통신사에서 약정을 끼고 사는 것보다 상당히 비싼 것 같다.
아이폰 3Gs가 국내 출시되면서 통신사들의 단말기 기능 삭제 – 예를 들어 wifi를 제외 – 또는 스펙 다운 문제가 많이 줄어들었고,, 그 이후 나온 단말기은 대부분 해외에 출시되는 단말기와 동급으로 출시되고 있다.
이번 언락버전 판매도 이와 같은 시각으로 보게되면 애플이 먼저 터뜨렸으니 다른 제조사들도 조금씩 단말기자급제 시장으로 나오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애플이나 아이폰, 아이패드를 사용하고 싶은 생각은 별로 없지만, 이런 일들이 몇 번 생기다보니 애플을 밀어주고 싶은 마음마저 생기게 된다.